Lessons in Posing Subjects _ 포즈 잡은 모델들이 주는 교훈
사진가 : 로버트 하이네켄
오늘의 추천 사진집은
작가 로버트 하이네켄 (Robert Heinecken) 이 1977년부터 82년까지 통신 판매 카탈로그에 있는 모델들의 포즈를 폴라로이드 카메라 SX-70으로 촬영한 것을 모은 사진집입니다. 실제 사진들과 리소그래피로 찍힌 글이 들어간 작품은 로스앤젤레스 해머 박물관, UCLA 그룬발트 그래픽 아트 센터 등 여러 곳에서 컬렉션으로 소장되어 있습니다.
< Lessons in Posing Subjects >는 2014년 5월 브뤼셀의 WIELS에서 열린 전시를 계기로 출판하게 된 사진집입니다. 작가는 사진에 아이러니한 글을 함께 넣었는데요, 몸이 어떤 것을 말하는지 글과 이미지의 상호작용으로 자연스러운 포즈 뒤에 숨은 상업적이고 조작적인 면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는 스스로를 사진가에 준하는 사람(paraphotographer)이라고 자주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카메라를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잡지, 제품 포장, 텔레비전 영상 등의 기존 매체들을 수정하고 재처리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칼라 즉석카메라 SX-70이 나오면서 현상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즉각적으로 찍고 볼 수 있었기에 작가는 기존의 작업방식과는 달리 실제로 촬영하고 글을 첨부하여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던 부분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시도를 합니다. 이런 얼굴 표정과 신체 자세의 유형학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패션 포즈가 사실은 준비된 형식적 몸짓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리가 별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이미지들 즉 현실의 상징이 되는 이미지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진과 함께 실린 글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입니다.
Lesson in posing subjects: standard # 12 (One hand/ hip)
이것은 고전적인 포즈로 허리선에서 골반 뼈를 따라 손가락을 뻗을 상태로 엉덩이 위로 손을 놓는 것이다. S 자 곡선의 효과가 주제 #1에서 그렸던 것처럼 다소 과장될 수 있다. 항상 오른손을 엉덩이 위에 놓고, 엉덩이 선 뒤에 걸린 엄지손가락은 절대 보이지 않아야 한다. 왼팔은 옆쪽으로 늘어뜨려져 있으며 모델의 옷에 살짝만 스치게 놓인다. 마지막 사진은 왼손에서 두 가지 결점이 보이는데, 너무 앞쪽으로 나와있고 그것은 암묵적으로 공격성을 만들어내면서 허벅지에 닿아있다....
1960년대에는 현대 미술의 본질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진과 다른 이미지들을 자신의 예술에 통합시키기 시작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했습니다. 에드 루샤 (Ed Ruscha) 나 존 발데사리 (John Baldessari) 같은 로스앤젤레스 예술가들이 개념 예술의 매개체로 사진을 사용했는데요, 그런 새로운 접근법에 영감을 받아서 하이네켄은 모더니즘의 순수주의 원칙에 구속된 매체를 대중문화와 얽힌 매체로 바꾸는 많은 작업들을 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기법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 물들을 거의 다 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다양한 시도를 했었기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작가 위주의 포스팅으로 다시 만나 볼까 합니다.
책정보
길이: 56페이지 언어: 영어 출판사: WIELS & Triangle Books 출판일: January 1, 2014 에디션 : 1000 부
오늘의 촬영 주제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요즘 젊은 세대들이 폴꾸를 즐기다 보니 유명 인화 업체는 폴꾸를 위한 세트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업로드하면 폴라로이드로 찍은 것처럼 만들어서 배송해 주는 것인데요, 폴라로이드 필름 가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하겠습니다. 하지만 직접 누르고 찌~익 하며 나오는 순간은 대체되기 어려운 폴라로이드 카메라만의 즐거움이죠.

뭘 찍어볼까...? 뭔가 느낌 있게 레트로 해지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오늘은 폴라로이드 입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들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필름이 부담일 수 있지만, 한 팩 정도는 나에게 주는 선물 정도의 느낌으로 플렉스 해봅니다. 해방촌 신흥시장 내에는 현재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대여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집 주변에 혹시라도 대여소가 있다면 빌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감각적으로 마음껏 즐겨봅니다.
오늘의 모험 꿀팁
1.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 그리고 스프링 노트를 준비한다.
2. 매일 같은 포즈로 한 장씩 촬영한다.
3. 촬영 후 사진을 스프링 노트에 붙이고 떠오르는 글을 함께 적는다.
또 다른 방법으로 즐기고 싶다면
4. 잡지나 길거리 광고판 등 대중매체에 나와있는 마음에 드는 장면을 촬영한다.
5. 스프링 노트에 붙이고 떠오르는 글을 함께 적는다.
키 key
하이네켄은 포즈 잡기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촬영을 했지만, 얼마든지 다양하고 자유롭게 찍어도 괜찮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얼굴을 찍으면 마치 직접 만나 찍은 것 같은 사진이 나올지도 모른다. 스프링 노트에 그것들이 모이면 주제가 드러날 것이다. 무의식이 선택하는 장면들은 언제나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니까. 여러 장이 모이고 주제를 발견하게 되면 스프링 노트 첫 장에 쓰자. 이 작업의 제목이 될 테니 노트에 붙일 때에 첫 장은 비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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